이란·이라크 지역에서 채식 식재료 찾는 방법과 조리법
이란과 이라크는 중동 내에서도 전통 식문화가 깊고, 고기 요리가 주요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지역이다. 따라서 채식주의자가 이 두 나라를 여행하거나 체류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실은 비건 식재료를 손쉽게 확보하기 어렵고, 관련 정보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영어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대체 식재료에 대한 인식도 낮아, 식품의 원재료를 직접 판단하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란과 이라크의 오래된 전통 식재료와 조리방식을 살펴보면, 많은 비건 재료들이 이미 오랜 세월 민중 식생활의 기반을 형성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곡물, 콩류, 견과류, 향신료, 건과일 등은 오늘날의 채식주의 식단에서도 중요한 자원이며, 이들을 활용한 전통 조리법은 불필요한 가공 없이도 깊은 맛과 영양을 제공한다.
이 글은 이란과 이라크의 식문화 안에서 채식주의자가 현지 재료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야 현지화된 채식 식사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지역별 장보기 팁, 전통 시장 활용법, 조리 시 주의할 점, 그리고 로컬 재료를 활용한 비건 레시피까지 실제 체류자나 여행자 모두에게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란에서 채식 식재료 구하기: 바자르 활용과 지역 품목 분석
이란에서는 대형 슈퍼마켓보다는 전통 시장인 바자르(Bazaar)를 활용하는 것이 식재료 수급에 훨씬 유리하다. 바자르는 지역마다 규모와 품목에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신선 채소, 견과류, 향신료, 곡물, 말린 채소, 절임류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비건 식재료 (이란 바자르 기준):
- 곡물·콩류: 바스마티쌀, 렌틸콩(عدس), 병아리콩(نخود), 검은콩
- 견과류: 호두(گردو), 아몬드(بادام), 피스타치오(پسته)
- 향신료: 커민(زیره), 심플한 터메릭(زردچوبه), 시나몬
- 채소류: 가지(بادنجان), 토마토(گوجهفرنگی), 신선한 허브류(سبزی)
- 기타: 대추야자(خرما), 타히니(ارده), 석류 페이스트(رب انار), 드라이 허브 믹스
바자르에서는 중량 단위로 원하는 만큼 구매가 가능하고, 대부분 직접 향을 맡고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신선도 확인도 용이하다. 다만, 제품 포장 없이 벌크 형태로 판매되므로 알레르기나 혼입 가능성에 주의해야 하며, 아랍어 혹은 페르시아어 라벨을 이해하거나 번역 앱 활용이 필수다.
슈퍼마켓에서 비건 전용 제품을 찾기는 어렵지만, 국제도시 테헤란에서는 수입 대체육, 코코넛 밀크, 비건 스프레드 등을 소규모 수입 식품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높고 물량이 적어, 기초 재료를 바자르에서 확보하고 가공품은 보완적 용도로 활용하는 전략이 적절하다.
이라크에서 비건 재료 확보: 지역 슈크(souk)와 소규모 식료품점 활용
이라크에서는 바그다드, 나자프, 아르빌 같은 도시에서 슈크(Souk)라고 불리는 재래시장이 주요 식료품 유통 채널이다. 슈크에서는 식자재가 구역별로 정리되어 있고, 채소, 향신료, 통곡물, 말린 과일 등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라크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채식 식재료:
- 통곡물·가루: 불구르, 세몰리나, 파르스(밥용 쌀), 렌틸콩 가루
- 건과일·견과류: 건살구, 대추야자, 아몬드, 잣, 해바라기씨
- 식물성 오일: 올리브유, 참기름, 해바라기유
- 채소류: 감자, 토마토, 오이, 민트잎, 당근
- 허브·절임: 민트절임, 올리브절임, 허브믹스(주로 자타르 기반)
이라크는 전통적으로 향신료 사용이 비교적 단순하지만, 고온 기후에 맞춰 짠맛과 신맛 중심의 재료 활용이 많아 채식 조리 시에도 흥미로운 맛 조합이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현지에서 병아리콩이나 렌틸콩 제품이 대부분 육수나 동물성 지방과 함께 조리되어 판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공된 제품보다 원재료를 직접 구매해서 조리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이란·이라크 채식 조리 전략: 전통 방식의 현대적 해석
양국 모두에서 비건 요리를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전통 요리 중 채소 기반 요리를 중심으로 재해석하거나, 고기 없이 조리 가능한 전통 음식 조합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란 전통요리 비건화 예시:
- 아슈 레슑(Ash Reshteh): 원래는 요거트가 들어가지만, 제외하고 렌틸콩·파슬리·채소·면만 사용해도 훌륭한 비건 국물요리가 된다. 타히니를 약간 넣어 크리미함을 보완할 수 있다.
- 케바브 대신 가지구이: 가지를 숯불이나 오븐에 구운 뒤, 올리브오일, 석류농축액, 자타르를 뿌려 먹으면 고기 없는 향미 요리로 대체 가능하다.
이라크 전통요리 비건화 예시:
- 무자다라(Mujaddara): 렌틸과 밥을 함께 끓여 양파 튀김을 올리는 요리로, 전통적으로 고기가 없어도 완전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
- 툴로시(Turlu): 가지, 토마토, 감자, 양파를 오일에 익힌 야채 스튜로, 고기 없는 전통형태로 활용 가능.
이 조리법들의 장점은 현지 재료만으로 가능하고, 복잡한 기술 없이 한 냄비 안에서 해결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채식주의자는 전통 요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고기를 빼거나, 유제품을 식물성으로 대체해 요리 구조를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현지인들과 식탁을 공유하는 데에도 부담이 없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지역 장보기 루틴 정리
항목 | 이란 | 이라크 |
---|---|---|
기본 시장명 | 바자르 (Bazaar) | 슈크 (Souk) |
주력 구매 품목 | 렌틸, 병아리콩, 타히니, 견과류 | 건과일, 불구르, 허브믹스 |
영어 통용 여부 | 대도시 일부 통용, 대부분 페르시아어 | 바그다드 외 지역은 통용 어려움 |
식물성 오일 | 참기름, 해바라기유, 올리브유 | 해바라기유, 올리브유 |
식물성 단백질 | 병아리콩, 렌틸, 견과류 | 렌틸가루, 견과류, 병아리콩 |
팁: 번역 앱(예: Google Translate)에서 ‘카메라 번역’ 기능을 활용하면 제품 라벨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으며, 시장에서는 숫자 계산기 앱을 활용해 중량·가격 협상도 수월해진다.
결론
이란과 이라크는 단순히 ‘고기 중심 문화’로만 인식되기 쉬우나, 실제로 이들 지역의 전통 식생활을 깊이 들여다보면 채식 기반 조리법과 식재료가 탄탄히 존재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그 문화를 거스르기보다, 고기와 유제품을 제외하고도 존중하며 실천할 수 있는 전통의 방식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접근 방식이다. 없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바르게 바라보는 태도만으로도 채식주의자는 어디서든 식생활을 지킬 수 있다. 중동에서도, 이란과 이라크에서도, 채식은 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