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관련 채식

중동에서 채식 음식 찾기 어려운 국가 vs 쉬운 국가

smbooo 2025. 7. 8. 19:53

채식주의자에게 새로운 문화권으로의 이동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생존 전략의 일부가 된다. 특히 육류 중심의 식문화가 강하게 뿌리내린 지역일수록, 외식과 장보기는 매 끼니마다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일이 된다. 중동은 다양한 민족과 종교, 기후와 역사적 배경이 얽힌 지역으로, 음식 문화 역시 매우 다양하지만 동시에 복잡하다. 일부 국가는 채식 식단을 비교적 수월하게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반면, 어떤 국가는 채식 식사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단순히 채식 식당의 유무에 있지 않다. 채식에 대한 문화적 인식, 슈퍼마켓의 식재료 다양성, 식당 종사자의 이해도, 외식 메뉴의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 사회가 식단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인지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따라서 ‘중동에서 채식하기 어렵다’는 일반화는 정확하지 않으며, 오히려 각 국가와 도시마다 그 정도와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이 글에서는 실제 중동 국가들을 비교하며, 채식 식단을 실현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국가와 상대적으로 어려운 국가를 나누어 소개한다. 단순한 순위가 아니라, 각 국가의 식문화 배경, 도시 인프라, 식재료 유통 구조, 사회적 수용성을 기준으로 분석하여, 채식주의자 또는 비건 여행자·체류자가 현실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중동에서 채식 음식 찾기 어려운 국가 또는 쉬운 국가

 

 

채식 음식 찾기 쉬운 국가: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요르단

아랍에미리트는 중동에서 채식 생활이 가장 용이한 국가 중 하나다. 특히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국제 도시로서 다양한 식문화가 공존하며, 비건 전문 식당, 유기농 마켓, 식물성 대체 제품이 풍부하게 유통된다. 다국적 이주민이 많아 영어 소통이 가능하고, 식당 대부분이 알레르기나 식단 요구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건·채식 메뉴는 대형 체인 레스토랑뿐 아니라 로컬 카페에서도 선택할 수 있으며, 수입산 대체육이나 식물성 우유 등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레바논 역시 채식 식단을 유지하기 좋은 국가로 꼽힌다. 그 이유는 전통 음식 자체가 이미 식물성 기반이기 때문이다. 후무스, 팔라펠, 타불레, 무타발, 렌틸 수프 등은 고기나 유제품 없이도 조리 가능한 요리이며, 레바논 사람들 사이에서 채소 기반 요리가 일상적으로 소비된다. 베이루트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비건 카페, 건강식 레스토랑, 국제적인 마켓이 다수 운영되고 있어 채식주의자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이러한 식습관에 익숙하기 때문에 식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적고 수용도가 높다.

 

요르단은 그보다 조금 보수적인 분위기지만, 암만을 중심으로 채식 식단을 유지하기에 실용적인 환경을 갖춘 도시다. 렌틸 수프, 팔라펠, 올리브, 병아리콩 요리 등은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고,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비건 제품은 적더라도 기본적인 채식 식재료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특히 인도계, 아시아계 이주민이 다수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채식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고, 영어 소통도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채식 음식 찾기 어려운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몇 년간 사회 전반의 개방과 함께 다양한 식문화가 유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채식주의자에게는 도전적인 환경이다. 그 이유는 식당에서의 육류 중심 메뉴 구성, 채식에 대한 인식 부족, 그리고 외식 문화에서의 정형화된 식단 구조 때문이다. 대형 쇼핑몰 내 국제 레스토랑에서는 비건 메뉴를 일부 찾을 수 있으나, 로컬 식당에서는 ‘채소만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낯선 경우가 많다. 또한 종업원이 비건, 락토-베지테리언, 플렉시테리언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주문 시 설명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쿠웨이트는 높은 생활 수준과 외국인 비중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시장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대형 마트에서는 수입 비건 제품을 구할 수 있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며, 식당에서는 대부분 고기와 유제품을 기본으로 한 요리를 제공한다. 또한 쿠웨이트에서는 외식이 사교의 핵심으로 기능하는 만큼, 고기 요리를 거절하거나 따로 주문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가 있다. 특히 비공식적인 모임이나 가족 식사에서는 채식 선택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분위기도 여전히 존재한다.

 

오만 역시 채식 식단을 유지하기에 쉬운 국가는 아니다. 외식 문화에서는 고기 중심 식단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채소 요리는 보조 음식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비건 또는 채식주의에 대한 개념이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의 식단 선택을 설명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식당의 응대도 일관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중소도시로 갈수록 영어 소통이 어려워지고, 비건 요청을 오해하거나 무시하는 일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국가별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 요인들

중동 내 국가별 채식 수용성은 단지 경제 수준이나 도시 규모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전통 음식의 구조다.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등은 전통적으로 채소·콩·곡물 위주의 요리가 풍부하며, 채식 메뉴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등은 육류 중심의 공동식 문화가 강하고, 고기를 메인으로 한 식사가 ‘정상적인 한 끼’로 인식된다.

 

둘째, 외국인 거주자 비중과 다문화 수용성이다. UAE, 카타르, 레바논 등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며, 그로 인해 비건, 글루텐프리, 코셔 등 다양한 식단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식당 메뉴 구성, 종업원 교육, 슈퍼마켓 제품 다양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셋째, 비건·채식 관련 상업 시장의 존재 여부다. 비건 소비층이 일정 수준 이상 형성된 국가는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화되어 있고, 이는 곧 채식 식단 유지의 용이성으로 이어진다. 반면 아직 수요가 낮거나 인식이 부족한 국가는 비건 제품이 수입되더라도 유통 경로가 한정되고, 가격이 매우 높아 실용성이 떨어진다.

 

중동에서 채식 음식 찾기 어려운 국가 vs 쉬운 국가의 결론

 

중동이라는 지역은 하나의 문화권으로 묶여 있지만, 채식주의자가 식생활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국가 간 차이가 매우 크다.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요르단은 채식 식단을 유지하기에 현실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전통 요리, 슈퍼마켓 인프라, 사회적 수용성이 결합된 구조를 보인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은 아직 채식주의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고, 식당이나 식재료 유통 구조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채식주의자가 중동을 여행하거나 체류하려 할 때, 국가별 차이를 인식하고 예방적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쉬운 국가에서는 채식 식사를 유연하게 즐길 수 있지만, 어려운 국가에서는 간단한 아랍어 문장 숙지, 로컬 식재료 활용, 직접 조리 방식 채택이 요구된다. 정보와 준비가 충분하다면, 중동에서도 채식 식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와 지역 문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태도와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