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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로컬 시장에서 비건 식재료 고르는 요령

smbooo 2025. 7. 7. 22:49

중동 지역에서 비건 식단을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 중 하나는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구하는 것이다. 많은 여행자나 장기 체류자들은 대형 슈퍼마켓을 먼저 찾지만, 실제로 중동 현지에서 비건 식생활을 유지하려면 로컬 시장, 즉 재래시장이나 지역 식자재 상점의 구조와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중동의 시장은 단순한 거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소이며, 다양한 식물성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하지만 외국인 비건이 중동 로컬 시장에서 재료를 고를 때는 몇 가지 장벽에 직면한다. 언어적 소통 문제, 재료의 명칭이 생소한 경우, 포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성분을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이 그 예다. 더구나 어떤 재료는 비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물성 성분이 일부 포함되어 있거나, 유제품을 사용한 절임 방식이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로컬 시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단순히 물건을 고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구조 이해, 판매 방식 파악, 상인과의 기본 소통법, 계절 식재료의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중동 각국의 로컬 시장에서 비건 식재료를 고를 때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령들을 소개하고, 현지인의 식문화 속에서 외국인 비건이 어떻게 실질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실용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중동 로컬 시장에서 비건 식재료 고르는 요령

 

시장 구조와 식재료 분포 파악: 채소·콩류·견과류 구역부터 접근하라

중동 로컬 시장은 대개 기능별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신선 채소와 과일을 파는 구역, 향신료와 곡물을 파는 구역, 견과류와 건조 식재료, 절임류, 유제품, 육류와 생선을 파는 공간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장에 입장할 때는 비건에게 필요한 식물성 식재료가 밀집된 구역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선 채소 구역에서는 지역 특유의 채소를 접할 수 있는데, 오이, 토마토, 가지, 고수, 민트, 파슬리, 신선한 고추, 무화과, 마로우(중동 호박류) 등이 흔히 보인다. 특히 이 구역에서는 ‘시즌성 작물’을 중심으로 구입하는 것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 예컨대 여름에는 토마토와 가지가 풍성하고, 겨울에는 다양한 뿌리채소가 값싸게 공급된다.

 

콩류와 곡물은 대부분 포장되지 않은 벌크 형태로 판매되며, 병아리콩, 렌틸콩, 부르글(깨운 밀), 쌀, 커민씨, 아니스, 바질씨 등이 대표적이다. 견과류 구역에서는 캐슈, 아몬드, 피스타치오, 해바라기씨, 참깨 등 비건 영양의 핵심이 되는 식품들이 대량으로 유통되며, 가격 협상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 특히 중동에서는 향신료와 견과류를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배합해주는 상인들이 많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상점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 체류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포장 없는 식품의 성분 파악과 현장 질문 요령

로컬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포장 없이 판매되는 식재료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는 신선도 면에서는 큰 장점이지만, 성분 확인이 어려워 비건 식단을 지키는 데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절임 올리브나 말린 과일류는 겉보기에는 식물성이지만, 보존제나 유제품을 이용한 염지 방식이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때는 단순히 ‘이거 비건인가요?’라는 질문보다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 올리브에는 치즈나 우유 성분이 들어 있나요?”(بالجبنة؟ بالحليب؟)와 같은 식의 구체적인 질문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랍어로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익혀두거나, 스마트폰 번역 앱을 활용해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판매자들이 “고기는 안 들어갔다”고 말하면서도 우유나 달걀을 별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기 없음’과 ‘완전한 비건’ 사이의 의미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

 

또한 말린 식재료나 향신료를 고를 때는 원산지나 가공 방식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특히 중동의 일부 지역에서는 말린 토마토나 과일에 설탕 대신 동물성 젤라틴을 섞는 방식이 여전히 사용되기도 하므로, 판매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해두고 의심 가는 재료는 ‘처음에는 소량 구입’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상인과의 소통 전략: 비건 요구를 존중받기 위한 태도

중동 로컬 시장의 상인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운영되며, 고객과의 관계를 신뢰 기반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은 외국인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신뢰를 형성하면 식재료에 대한 조언, 서비스, 가격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문화적 오해가 생기면 불필요한 충돌이나 정보 누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상인과의 첫 대면부터 ‘정중한 태도와 구체적 설명’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설명할 때는 가치판단적 언어(예: “동물을 먹지 않는 게 더 옳다”)보다는, “개인적인 건강이나 식습관의 이유로 고기, 유제품, 달걀을 먹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것이 거부감을 줄인다. 상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단어를 반복하고, 예시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견과류 가게에서 “이 제품에는 꿀이나 유제품이 들어가 있나요?”라고 물은 뒤, 포인트를 짚어주는 방식(예: “이건 설탕으로만 만든 건가요?”)으로 대화를 이어가면 오해 없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상인 입장에서는 비건을 처음 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단호하면서도 정중한 태도, 그리고 반복적인 설명이 거래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중동 로컬 시장에서 비건 식재료 고르는 요령의 결론

중동 로컬 시장은 비건에게 불편한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저렴하고 풍성하게 식물성 식재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다. 다만 이 공간은 대형 슈퍼마켓처럼 깔끔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의 경험, 손님과의 대화, 직접 관찰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야 한다.

 

성공적인 비건 쇼핑을 위해서는 시장의 동선을 파악하고, 필요한 구역을 전략적으로 접근하며, 성분에 대한 명확한 질문을 던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고려할 때, 자신의 식단 기준을 설명하는 기술과 상인과의 신뢰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건 식단은 단지 고기를 뺀 음식이 아니라, 철학과 선택의 결과물이다. 중동 로컬 시장이라는 생생한 현장에서 그 철학을 지키려는 노력이 쌓일수록, 단순한 장보기를 넘어서는 문화적 교류와 인식의 변화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올바른 준비와 자세가 있다면, 중동 어디에서든 비건은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