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관련 채식

채식주의자 시점에서 본 할랄 인증 식재료 해석 가이드

smbooo 2025. 7. 13. 22:31

‘할랄’은 단순히 종교적인 도축 방식이나 고기류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이슬람 율법에서 할랄(Halal)은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음식뿐 아니라 삶의 방식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넓은 개념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할랄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식품과 관련하여 사용되며, 중동이나 무슬림 국가에서는 거의 모든 식료품이 할랄 기준에 따라 유통, 표시된다. 특히 고기나 유제품은 물론, 조미료, 향신료, 가공 식품, 심지어 포장지 성분까지도 할랄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화적 환경 속에서 채식주의자가 중동에서 식재료를 선택할 때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할랄이면 채식도 가능한 건가?”, “할랄 인증 마크가 붙어 있으면 무조건 안심해도 될까?”, 혹은 “할랄 인증이 없으면 비건인가?” 같은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비건 식단을 따르는 경우에는 할랄 인증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품에 동물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유, 젤라틴, 계란, 동물성 향료 등 은폐된 형태로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다.

 

이 글에서는 중동에서 유통되는 식품에 붙은 ‘할랄’ 인증을 채식주의자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구체적으로는 할랄과 비건의 개념 차이, 성분 해석 기준, 식품군별 주의사항, 그리고 비건 실천자 입장에서의 선택 기준 정립법을 중심으로, 혼동을 줄이고 체계적인 식단 결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실용 가이드를 제공한다.

 

채식주의자 시점에서 본 할랄 인증 식재료 해석 가이드

할랄과 비건: 근본 개념의 차이 이해하기

할랄은 이슬람법(샤리아)에 따라 허용된 것을 의미하며, 주로 다음 기준을 포함한다:

 동물성 재료일 경우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된 것

 피, 돼지고기, 술, 부정한 것(Najis)을 사용하지 않은 것

 도축·가공·보관·운송 전 과정에서 할람(Haram, 금지된 것)과의 접촉이 없는 것

 

반면 비건은 동물성 성분 일절 배제를 원칙으로 하며, 도축 방식이나 종교적 도덕성과는 무관하게, 식물성·비동물성 유래를 기준으로 식품을 선택한다. 이 둘은 일견 일부 교차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논리 체계 위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할랄 인증이 붙은 닭고기나 양고기는 무슬림에게는 허용되지만, 채식주의자나 비건에게는 여전히 섭취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순수하게 식물성 재료로 만든 제품이라 하더라도 할랄 인증이 없으면 일부 무슬림 소비자에게는 꺼려질 수 있다. 따라서 ‘할랄’은 곧 ‘비건’이거나 ‘채식’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할랄 인증이 붙은 식품이라도, 우유·달걀·젤라틴·동물성 효소 등은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중동 슈퍼마켓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구조이며, 채식주의자라면 성분표 확인이 필수적인 이유다.

 

 

식품군별 할랄-비건 성분 구분 요령

채식주의자가 할랄 제품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할 주요 식품군은 다음과 같다:

 

 베이카레 및 제과류

할랄 인증이 붙어 있어도 우유, 달걀, 버터, 젤라틴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특히 마시멜로나 초콜릿, 케이크류는 비건이 아닐 확률이 높다. 성분표에서 ‘milk solids’, ‘egg white’, ‘gelatin’, ‘butter fat’, ‘whey’ 등 키워드를 확인해야 한다.

 

 가공 식품 및 스프레드

할랄 인증된 잼, 스프레드, 소스류 중 일부는 꿀이나 우유 유래 성분이 포함된다. ‘E471’, ‘E472’ 같은 식품첨가물은 동물성과 식물성 유래가 혼재된 경우도 있어, 비건 인증 또는 제조사 문의가 필요하다.

 

 즉석식품·레토르트 식품

렌틸 수프나 병아리콩 커리 등의 제품은 비건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닭 육수, 버터, 동물성 향신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할랄 인증 여부보다는 ingredients 표기를 반드시 확인하고, 육수나 유제품 유무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음료 및 유제품 대체 상품

할랄 인증된 식물성 우유도, 제조 시 카세인(casein), 유청(whey protein), 비타민D3(동물 유래일 가능성 있음)가 포함될 수 있다. ‘plant-based’라는 문구가 있어도 완전한 비건임을 보장하진 않는다. 비건 인증 마크(V-Label, Certified Vegan 등)가 함께 있는지를 추가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할랄 마크는 채식주의자의 가이드라인 중 일부 정보만을 제공하며, 비건 식단을 따르는 이에게는 불완전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생활에서의 적용 전략과 선택 기준 정립

채식주의자가 중동에서 할랄 식품을 마주할 때, 단순히 마크 유무를 확인하기보다는 성분표와 제조 방식에 기반한 주체적인 기준 수립이 중요하다. 특히 다음 네 가지 기준을 적용하면 구매 판단이 명확해진다.

- 우선순위 설정: 식물성 재료만을 포함한 제품만 섭취할 것인지, 허용 가능한 재료(예: 벌꿀, 유당 미량 포함 등)를 부분 허용할 것인지를 스스로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 성분 분석 습관화: 제품 겉면 성분표를 보는 습관을 기르되, 이해되지 않는 성분(E-code 등)은 미리 조사하거나 리스트를 휴대한다.

-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확보: 중동 지역에서도 비건 인증 브랜드가 존재한다. 해당 브랜드 목록을 사전에 정리하고, 제품명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두면 장보기 시간이 줄어든다.

- 할랄 마크에 의존하지 말 것: 할랄은 참고 정보일 뿐, 비건 여부를 판별하는 최종 기준이 아니다. ‘할랄이면 안전하다’는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또한 지역별로 할랄 인증 기준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에서 할랄로 인증된 식품이 레바논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통합 인증이 없다는 사실이 혼선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채식주의자 시점에서 본 할랄 인증 식재료 해석 가이드의 결론

할랄 인증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중요한 식품 구분 기준이지만, 채식주의자에게는 불완전하거나 오히려 혼동을 초래할 수 있는 정보 체계이기도 하다. 채식 또는 비건 식단을 지키고자 한다면, 할랄이라는 외적 라벨보다 식품 내부의 구성과 유래를 정확히 파악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중동 지역은 종교와 식문화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타문화에서 온 채식주의자가 자신의 기준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문화를 존중하되 자신의 식단 기준을 명확히 인식하고 실용적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수다. 할랄은 비건과 같지 않다. 그러나 할랄 환경 속에서도 충분히 비건 실천은 가능하다. 그 핵심은 ‘인증 마크’가 아니라 ‘성분 이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