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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통 요리의 숨은 비건 레시피 발굴기

smbooo 2025. 7. 14. 22:37

중동 음식은 전통적으로 풍부한 향신료, 올리브오일, 곡물, 콩류, 신선한 채소를 기반으로 하는 복합적인 식문화를 갖고 있다. 외부에서 보기엔 고기와 유제품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 중동의 오랜 요리 전통에는 놀랄 만큼 다양한 식물성 요리들이 존재해 왔다. 이는 유목민 문화, 계절성 식재료의 한계, 절제와 공유를 중시한 이슬람 정신, 다양한 종교 공동체의 공존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다.

 

그러나 현대 중동 요리는 관광산업, 글로벌 프랜차이즈, 식재료의 고급화 흐름 등에 따라 고기와 유제품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외부인에게는 중동 요리 전체가 육류 기반으로 오해되기도 하며, 실제 채식주의자나 비건들이 이 지역에서 외식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식문화의 본래 모습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원형 그대로의 레시피들이 식물성 기반일 가능성이 높고, 그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중동 전통 요리 중에서도 고기나 유제품 없이 본래 조리되었던 비건 요리들을 발굴하고, 그 조리법과 역사적 맥락, 현대적 응용 가능성까지 살펴본다. 이 과정은 단순한 요리 정보 제공을 넘어서, 음식의 본질에 대한 문화적 재해석이자 채식주의자의 시선으로 중동을 이해하려는 실천이기도 하다.

중동 전통 요리의 숨은 비건 레시피 발굴기

 

원래부터 식물성으로 구성된 전통 요리들

중동의 농경 문화와 기후적 조건은 특정 식재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고, 그 결과 의외로 많은 요리가 고기 없이도 충분한 맛과 영양을 제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무자다라(Mujaddara)다. 이 요리는 렌틸콩과 쌀 또는 부르글을 함께 끓인 후, 캐러멜라이즈한 양파를 위에 얹어 내는 단순한 요리로, 오늘날에도 레바논, 팔레스타인, 요르단 등지에서 자주 먹힌다. 무자다라는 비건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전부터 식물성 식단의 대표로 존재했으며, 고기 없이도 충분한 단백질과 포만감을 제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예는 팔라펠(Falafel)이다. 병아리콩이나 이집트콩을 불려 갈아 향신료와 함께 반죽한 뒤 튀기는 방식으로, 본래는 고기 대체용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음식이었다. 팔라펠은 지역에 따라 해바라기씨, 참깨, 각종 허브가 추가되며, 비건의 영양 기준을 충족하는 이상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여기에 곁들여지는 타히니 소스 역시 순수 식물성 기반이다.

 

이 외에도 바바 가누쉬(Baba Ghanoush), 타불레(Tabouleh), 푸르이크 스프(Freeke Soup), 리프 오브 마로우(Stuffed Marrow Leaves) 등 많은 전통 요리들이 애초부터 동물성 재료 없이 조리되었거나, 고기 없이도 조리되는 버전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재구성된 전통 요리: 고기가 들어간 ‘현대 버전’에서 식물성 원형 찾기

많은 중동 요리들은 현대에 와서 고기, 버터, 요구르트, 치즈 등으로 재해석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중 다수는 원래는 식물성 기반이었다가, 후대에 고급화되며 동물성 재료가 첨가된 경우다. 이 점을 이해하면 전통의 원형을 되살려 비건 식단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도마(Dolma)는 원래 포도잎, 쌀, 허브, 향신료를 싸서 찐 요리였지만, 현대 터키나 아랍권에서는 종종 고기와 함께 요리된다. 하지만 초기 형태는 분명히 고기 없는 채식 요리였다. 요르단이나 레바논에서도 ‘야채로 속을 채운 음식’이라는 개념은, 수확한 채소를 보존하고 영양을 나누기 위한 공동체적 지혜에서 시작되었다.

 

코샤리(Koshari) 역시 이집트의 국민 음식이자 식물성 구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쌀, 파스타, 병아리콩, 렌틸, 튀긴 양파에 토마토소스를 끼얹는 이 요리는 유럽의 식민 영향 이전에는 절대적으로 채식 요리로 인식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육류 없이 조리하는 집이 많다. 오히려 고기가 첨가된 코샤리는 ‘외식용’ 혹은 ‘축제용’으로 간주될 뿐이다.

 

이처럼 중동 요리의 많은 ‘고기 요리’는 본래부터 그렇게 조리되었던 것이 아니라, 현대의 소비 패턴, 외식 산업, 고급화 흐름 속에서 재해석된 버전이라는 점에서, 채식주의자는 전통 원형을 기준으로 한 재조리를 통해 비건 식단으로 복원할 수 있다.

 

 

 

현대적 응용과 비건 전통요리의 확장 가능성

중동 전통 비건 요리를 현대 식단에 맞게 구성하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영양 구성과 맛, 문화적 다양성까지 만족하는 식사를 완성할 수 있다. 예컨대 무자 다라에 구운 버섯이나 캐슈너트를 토핑으로 추가하면, 단백질과 지방을 보강하는 동시에 식감과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타불레는 퀴노아나 귀리를 곁들여 탄수화물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바바 가누쉬는 고구마 퓌레와 혼합하여 영양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많은 전통 레시피들은 계량에 자유롭고 가열 과정이 단순해 조리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식재료의 조합은 기본적으로 현지 재료에 기반하고 있어 비용 효율성도 뛰어나다. 대형 슈퍼마켓보다 전통시장이나 로컬 그로서리에서 식재료를 구하면 오히려 원형에 가까운 맛을 구현하기 쉽다.

 

이러한 비건 전통 요리의 확장은 채식주의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중동 지역 내에서도 영양교육, 환경보호, 건강식 캠페인 등의 흐름과 맞물려 중요한 식문화 자산으로 재조명될 수 있다. 결국 비건 요리는 중동의 식문화에서 새롭게 도입된 외래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본래 있었던 문화를 재발견하는 과정일 수 있다.

 

 

중동 전통 요리의 숨은 비건 레시피 발굴기의 결론

중동 전통 음식은 겉으로 보기에는 육류 중심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고기 없이도 깊은 맛과 균형을 이루는 식물성 조리법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채식주의자라면 단순히 고기를 피하는 식단을 넘어, 문화적 맥락과 전통을 이해한 조리법을 통해 더 깊은 실천을 할 수 있다.

 

비건이란 단어가 존재하기 전부터 이미 그 정신을 구현했던 수많은 레시피들. 이들을 발굴하고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과정은 단지 요리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과 문화를 존중하며 재해석하려는 채식주의자의 태도 그 자체다. 중동에서 채식은 낯선 도전이 아니라, 잊힌 원형을 다시 찾는 여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