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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채식 레스토랑 이용 후기: 실제 경험 기반 평가

smbooo 2025. 7. 4. 12:39

중동 지역은 전통적으로 육류 소비가 많은 식문화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은 중동 여행을 계획하면서 채식이나 비건 식단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느끼곤 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채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일시적으로 안 먹는 사람 정도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점차 바뀌고 있으며, 특히 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나는 2024년 말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도시를 순차적으로 여행하며 현지의 채식 레스토랑을 다수 방문했다. 이 경험은 단지 음식을 소비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언어, 가치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의 실질적 식생활 경험으로 확장되었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체험을 토대로, 지역별 대표 채식 레스토랑에 대한 평가와 중동에서 채식 레스토랑을 이용할 때 실질적으로 겪는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단순한 맛 평가를 넘어, 식당의 접근성, 메뉴 구성, 현지인과 외국인의 반응, 서비스 수준, 가격 대비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기를 담았다. 특히 여행자 혹은 이주 초기의 체류자들이 중동에서 채식 식사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경험 기반의 관찰과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글을 구성하였다.

 

중동 채식 레스토랑 이용 후기

두바이(Dubai)의 비건 레스토랑: 다양성과 세련된 소비 문화

두바이는 중동 지역 중에서도 가장 국제적인 도시이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채식 혹은 비건 레스토랑의 밀도도 상당히 높고, 메뉴의 폭도 서구 도시 못지않게 다양하다. 내가 방문한 첫 번째 비건 레스토랑은 두바이 마리나 지역에 위치한 “Wild & The Moon”이었다. 이곳은 완전한 비건 레스토랑으로,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슈퍼푸드와 저온착즙 주스 등 건강지향적인 메뉴가 주를 이룬다.

 

이곳의 내부는 매우 세련되고 현대적이었으며, 방문 당시 고객의 절반 이상이 현지인보다는 유럽계나 아시아계 외국인이었다. 샐러드, 비건볼, 아보카도 토스트, 콜드프레스 주스 등은 품질이 높았고, 재료의 신선도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었으며, 기본 한 끼 식사에 주스까지 포함하면 약 80~100디르함(한화 약 3만 원 이상)이 소요됐다. 가격 대비 맛과 서비스는 훌륭했지만, 장기 체류자 입장에서 자주 방문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반면 “Comptoir 102”와 같은 웰니스 카페는 채식과 비건 메뉴를 함께 제공하면서도 현지 재료와 중동풍 향신료를 적절히 활용해 두바이 특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두바이에서는 메뉴판에 ‘Vegan’, ‘Vegetarian’ 라벨이 명확하게 표기돼 있어 주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거의 없었고, 종업원의 응대 역시 전문적이었다. 전반적으로 두바이에서는 채식 레스토랑 이용이 ‘대안’이 아니라 ‘주류 소비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암만(Amman)의 채식 문화: 전통과 실용의 균형

요르단의 수도 암만은 중동의 전통성과 현대성이 교차하는 도시다. 두바이에 비하면 도시 자체는 덜 세련됐지만, 채식이나 비건 식사를 실현하기엔 오히려 더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그 이유는 요르단 음식 자체가 채식 중심인 경우가 많고, 채식 메뉴가 일반 식당에서도 흔하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경험한 곳은 "Shams El Balad”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은 지역 농장에서 공수한 재료를 사용하는 슬로푸드 개념의 식당으로, 팔라펠, 타불레, 후무스, 렌틸 수프 등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렌틸 수프는 채소 육수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향신료 사용이 절제되어 있어 전통적인 요르단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깔끔했다. 무엇보다도, 요리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세심했고, 종업원도 채식주의자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가격은 대체로 합리적이었고, 현지인과 외국인이 반반 정도 섞여 있어 특정 계층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외에도 암만에서는 인도 레스토랑, 건강식 카페, 팔라펠 전문점 등 다양한 형태의 식당에서 채식 식사가 가능했다. 다만 일반적인 전통 식당에서는 메뉴판에 채식 여부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물어보거나 조리 재료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르단은 채식 음식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나라였으며, 실용적이고 지역적인 식문화를 바탕으로 채식주의자가 쉽게 녹아들 수 있는 환경이었다.

 

리야드(Riyadh)의 채식 레스토랑: 발전 가능성과 구조적 한계 공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는 최근 몇 년 사이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도시다. 특히 2030 비전 전략의 일환으로 관광, 문화, 외식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외국 음식 브랜드가 들어서고 있고, 건강식이나 웰빙 트렌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내가 방문한 "Wabi Sabi”라는 비건 레스토랑은 리야드 중심부에 위치한 중소형 식당으로, 비건 버거, 파스타, 샐러드, 디저트를 갖춘 완전 채식 기반 식당이었다.

 

음식의 품질은 괜찮았지만, 두바이나 암만에 비해 조리 방식이 다소 투박했고, 서빙 시간이 길었다. 무엇보다도 종업원이 모든 메뉴의 성분을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주문 시 한 번 더 확인해야 했다. 예를 들어, 비건 표시가 된 메뉴에도 꿀이나 요거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고, 실제 조리 담당자에게 직접 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리야드에서의 비건 식당 이용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채식 식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아직 느리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채식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관련 식당 수는 분명히 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외국인 대상 또는 고소득층 중심의 식당이 많아 일반적인 채식 문화의 확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중동 채식 레스토랑 후기의 결론

 

중동에서의 채식 레스토랑 경험은 단순한 외식 경험을 넘어, 식문화를 통한 사회 이해와 문화 적응의 과정이었다. 두바이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완성도 높은 채식 식문화를 보여주었고, 암만은 전통에 기반한 실용적인 채식 식사가 가능한 도시였다. 리야드는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으나, 아직은 서비스 수준과 인식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단계였다.

 

이용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적 맥락에 따라 채식 식당을 고르고,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또한 지역별로 채식 식당을 이용하는 소비자층과 음식 트렌드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채식 가능 여부’만 따지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기준으로 식사를 구성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중동은 생각보다 더 다양한 채식 식문화를 품고 있다. 채식주의자에게 이 지역은 도전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식문화를 경험하고 자기 식단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