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서 채식 식단을 유지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과제는 현지 마트에서 식재료를 어떻게 고르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한국이나 서구권처럼 채식이나 비건 식품이 별도의 섹션으로 구분된 매장이 흔치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식자재 구매는 예상보다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 될 수 있다. 특히 병아리콩, 렌틸콩, 타히니, 향신료 등 중동 채식 식단에 필수적인 재료는 그 자체로는 친숙하지 않더라도, 현지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중동 국가들 간에도 마트의 구조, 제품 구성, 식문화의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두바이와 같은 글로벌 도시에서는 수입 비건 제품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오만의 지방 도시에서는 기본적인 식물성 식재료조차 카테고리 분류 없이 진열되어 있어 정보 부족으로 구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마트에는 오히려 한국보다도 더 다양한 채소류, 콩류, 견과류, 건조 식품이 풍부하게 구비되어 있으며, 적절한 전략만 있다면 충분히 안정적인 채식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중동 현지 마트에서 채식주의자가 실제로 식재료를 구매할 때 유용한 정보를 정리했다. 특히 제품 선택 시 주의할 점, 라벨 읽는 법, 로컬 브랜드 활용법, 언어 장벽 극복 방법, 식물성 식단에 적합한 중동 전통 식재료 고르는 법까지,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팁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기본 구조 이해하기: 중동 마트의 진열 방식과 제품 구성
중동 현지 마트는 국가마다 규모와 구조에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대형 체인 슈퍼마켓(예: Carrefour, Lulu, Spinneys, Panda)과 지역 상점(그로서리 또는 바카라)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대형 체인에서는 신선식품, 건조식품, 수입제품, 향신료, 냉동식품 등의 구역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며, 수입 식물성 대체품(아몬드 우유, 비건버터, 코코넛 요거트 등)도 일부 진열되어 있다. 반면, 지역 상점은 품목별 구분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현지 식재료 위주로 구비되어 있다.
채식 식단을 위한 식재료는 대부분 ‘그로서리 섹션’이나 ‘향신료/콩류 섹션’에 모여 있으므로, 해당 진열대를 중심으로 탐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병아리콩은 통조림 형태와 건조 원두 형태 두 가지로 판매되며, 렌틸콩은 붉은색, 노란색, 녹색 등 색상에 따라 조리 방법과 질감이 다르다. 현지에서는 보통 대량으로 포장된 건조 렌틸이 가성비가 뛰어나며, 유통기한도 길어 장기 체류자에게 특히 유리하다.
주의할 점은 일부 제품에 동물성 성분이 혼합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수프나 향신료 믹스에는 닭육수 파우더나 유청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원재료 표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슬람 국가의 마트는 대부분 ‘할랄’ 여부는 철저히 관리하지만, ‘비건’ 인증이나 ‘유제품 무첨가’ 여부는 별도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라벨 독해가 필요하다.
유용한 재료별 구매 전략: 콩, 견과, 향신료, 타히니 중심
중동 마트에서 채식 식재료를 효과적으로 고르려면, 먼저 주요 식단을 구성하는 핵심 재료군을 알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식주의자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은 병아리콩, 렌틸콩, 타히니, 다양한 견과류, 그리고 향신료이다. 이들 식재료는 중동 지역에서는 기본 식품에 속하기 때문에, 고급 마트가 아닌 지역 상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병아리콩은 대부분 건조 상태로 포장되어 있고, 통조림 형태도 병행 유통된다. 조리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 통조림 병아리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단, 통조림 제품 중 일부는 보존제를 포함하거나 소금 농도가 높을 수 있으므로 ‘no salt added’ 혹은 ‘organic’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렌틸콩은 빠른 조리와 영양 보충에 유리한 식재료이며, 레드 렌틸은 스프용, 브라운 렌틸은 스튜 또는 볶음용으로 활용 가능하다.
타히니(참깨 페이스트)는 중동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소스 재료이며, 후무스, 무타발, 샐러드 드레싱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현지 마트에서는 플라스틱 병이나 캔에 담긴 제품이 다양하게 유통되며, 고소한 맛과 유통기한의 장점이 있어 장기 체류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중동산 타히니를 구입하면, 굳이 수입 비건 소스를 찾지 않아도 훌륭한 맛을 구현할 수 있다.
향신료는 커민, 고수씨, 파프리카, 터메릭, 수마크, 블랙 라임 등이 있으며, 대부분 벌크형이나 작은 봉지 형태로 판매된다. 현지 시장에서는 가루 형태보다 씨앗 상태로도 많이 유통되므로, 필요에 따라 분쇄기를 준비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향신료는 적은 양으로도 음식의 풍미를 결정짓는 재료인 만큼, 기본적인 조합만 익혀두면 고기 없이도 만족스러운 맛을 구현할 수 있다.
라벨 확인 요령과 언어 장벽 극복하기
중동 마트에서는 대부분 제품 라벨이 아랍어와 영어 병기로 표기되어 있지만, 일부 제품은 아랍어로만 성분이 표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랍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반드시 구매 전 주요 단어를 식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채식주의자가 피해야 할 아랍어 원재료 표현 몇 가지다:
• لحم (라흐므) – 고기
• دجاج (다자즈) – 닭고기
• سمك (사막) – 생선
• زبدة (주브다) – 버터
• حليب (할립) – 우유
• بيض (바이드) – 계란
• مرق (마라끄) – 육수
라벨에 이러한 성분이 명시되어 있다면, 해당 제품은 채식 식단에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다음과 같은 표현이 포함된 경우에는 구매에 긍정적일 수 있다:
• نباتي (나바티) – 식물성
• خالي من الحليب (할리 민 알할립) – 우유 없음
• خالٍ من المكونات الحيوانية (할리 민 알무카위낫 알하이와니야) – 동물성 성분 없음
라벨 해석이 어려울 경우에는 번역 앱을 활용하거나, 대형 마트에서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체인 슈퍼에서는 기본적인 영어 소통이 가능하므로, “Is this vegan?” 혹은 “Does this have dairy?”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현지 브랜드 vs 수입 브랜드: 가성비와 안전성의 균형 찾기
중동에서는 수입 식물성 식재료도 다양하게 유통되지만, 가격이 높고 지속 구매에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몬드 우유, 비건 마요네즈, 식물성 고기 제품 등은 두바이나 도하, 베이루트 같은 대도시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으나, 1개당 10~15디르함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경우, 현지 브랜드의 전통 식재료를 활용해 유사한 효과를 얻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다.
예를 들어, 오트밀을 곱게 갈아 물과 섞으면 간단한 오트밀 우유 대체가 가능하고, 타히니와 레몬즙, 소금을 섞으면 크리미한 드레싱이 완성된다. 이는 수입 비건 제품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채식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일부 지역 브랜드는 ‘Vegan’이라는 문구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동물성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성분표만 잘 확인하면 가격 대비 매우 우수한 대체재를 찾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동 현지 마트에서 채식 식재료를 구매할 때는, 정보, 관찰력, 유연한 선택 전략이 핵심이다. 채식주의자에게 불리하게 느껴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도, 충분한 정보와 준비만 있다면 현지 재료로도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단 구성이 가능하다. 현지 시장과 마트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 식문화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채식주의자에게 새로운 식생활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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