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관련 채식

중동 지역별 채식 문화 차이: 이란, 요르단, 오만 비교 분석

smbooo 2025. 7. 2. 20:03

중동은 일반적으로 육류 중심의 식문화로 알려져 있지만, 각국의 역사, 종교, 기후, 정치적 환경에 따라 식문화는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채식문화는 그 나라의 사회 구조, 종교 실천 방식, 농업 기반, 그리고 외부 문화의 유입 정도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중동 전체를 단일한 문화권으로 보는 관점은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간과하게 만들며, 실제로 채식주의자 혹은 비건이 이 지역에서 삶을 영위하거나 여행을 계획할 때, 단순한 지역 구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란, 요르단, 오만은 모두 이슬람권에 속하면서도 매우 다른 식문화적 경향을 보이는 국가들이다. 이 세 나라는 지리적으로는 가까우나 정치 체제, 종교 실천 양상, 국제화 수준, 도시화 속도 등에 큰 차이가 있으며, 이는 곧 음식문화와 채식에 대한 태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글에서는 이란, 요르단, 오만의 채식문화가 각각 어떤 방향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비교 분석하고, 그 차이 속에서 중동 채식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살펴본다.

 

중동 지역별 채식 문화 차이

 

이란의 채식문화: 철학과 전통이 공존하는 식문화

이란은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채식에 대한 잠재적 기반이 강한 나라다. 이는 단순히 특정 음식 종류 때문만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철학적·종교적 사유가 음식문화에 깊이 개입해 왔기 때문이다. 이란에는 이슬람교 외에도 조로아스터교, 바하이교, 수피즘 등 다양한 정신문화가 뿌리내려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채식 또는 절제된 식사를 삶의 이상으로 여긴다. 또한 이란 시골지역에서는 자급자족형 농업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어, 계절 채소와 콩류를 중심으로 한 식단이 자연스럽게 채택되고 있다.

 

이란의 가정식 중에는 고기 없이도 깊은 맛을 내는 요리가 많다. 예를 들어, ‘에쉬 레스테’는 렌틸콩, 병아리콩, 허브, 면을 넣어 만든 수프로, 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도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또 ‘쿠쿠 사브지’는 다양한 허브와 달걀로 만드는 오믈렛형 요리로, 달걀 섭취가 가능한 채식주의자에게 적합하다. 최근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의 대도시에서는 비건 레스토랑도 소수 생겨나고 있으며, 일부 젊은 세대는 유럽에서 유학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식주의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정치 환경과 경제 제재 등의 요인으로 인해, 비건 전문 식재료의 수입이나 유통은 제한적이다. 이는 비건 생활을 온전히 실천하려는 사람에게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또 많은 전통 요리가 동물성 유지(기름)나 요거트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완전한 비건 식단을 유지하려면 재료 확인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중동 내에서 채식주의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를 가진 나라다.

 

요르단의 채식문화: 실용성과 유연함이 살아 있는 중동의 중간지대

요르단은 중동의 정치적·지리적 중심에 위치한 만큼, 동서양의 식문화가 자연스럽게 혼합되어 있다. 이슬람 전통이 생활에 깊이 뿌리내려 있지만, 인근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과의 문화적 교류를 통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유연한 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 요르단에서는 전통 음식 중 채식 기반의 음식 비율이 높으며,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는 채식주의자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채식 요리로는 ‘마자다라’(렌틸콩과 밥을 섞고 캐러멜화된 양파를 얹은 요리), ‘팔라펠’, ‘후무스’, ‘무타발’ 등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유제품조차 포함하지 않은 완전 비건 음식으로 간주된다. 암만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비건 카페, 샐러드 바, 건강식 전문점 등이 다수 등장했으며, 현지 소비자뿐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와 디지털 노마드들의 수요도 반영되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플렉시테리언’이나 ‘위크데이 비건’과 같은 유연한 식단 방식도 수용되고 있다.

 

요르단의 특이점은, 종교적 관용이 채식문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슬람 신앙은 유지하되 타종교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실용적인 삶의 태도를 중시하는 분위기 덕분에 개인의 식생활 선택이 존중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NGO나 국제기구 활동이 활발한 국가 특성상 지속 가능성이나 식량 안보에 대한 관심이 크며, 이에 따라 채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만 소도시나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여전히 육식 위주의 식단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채식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

 

오만의 채식문화: 전통 보존 속의 느린 변화

오만은 중동 국가 중에서도 보수적 전통을 비교적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정치적 안정성과 사회 질서 측면에서는 모범적인 평가를 받지만, 식문화 변화 속도는 다소 느린 편이다. 오만의 일상 음식은 주로 쌀, 고기, 생선, 향신료를 기본으로 하며, 외식문화도 가족 중심의 대형 식당 위주로 발달해 있다. 따라서 채식주의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오만 역시 지리적 특성과 계절성 농업 덕분에 채소, 열매류, 곡물, 향신료 기반의 식문화가 자연스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오만의 시골 지역에서는 고기가 귀했던 과거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 일부 전통 가정식은 자연스럽게 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르지시’는 야채와 향신료를 이용한 수프로 고기 없이도 조리 가능하고, ‘라우스’는 향신료를 넣어 지은 밥으로 채소와 함께 먹는 방식이 많다. 다만 도시에서 제공되는 동일한 메뉴라도 고기 육수나 동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외식 시에는 반드시 재료를 확인해야 한다.

 

오만은 최근 몇 년간 관광 산업에 집중하면서 외국인 친화적 환경 조성을 강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대형 호텔 체인과 국제 공항, 고급 레스토랑 등을 중심으로 채식 또는 비건 메뉴가 도입되었지만, 일반 로컬 식당이나 슈퍼마켓 수준에서는 비건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도시 지역의 일부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를 통해 채식 인식이 확산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건강식’의 개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오만에서의 채식은 개별적인 노력과 자급자족 능력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크다.

 

채식문화 차이의 결론

이란, 요르단, 오만은 같은 중동권에 속하지만, 채식문화에 대한 접근방식은 각각 매우 다르다. 이란은 철학적이고 내면적인 식문화가 바탕이 된 반면, 요르단은 실용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도시형 채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오만은 전통을 보존하는 속도 중심의 변화를 보이며, 채식문화는 아직 제한된 층위에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중동의 채식문화가 단일한 형태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각국의 정치, 종교, 경제, 생활양식은 식생활 전반에 깊은 영향을 주며, 채식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중동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거나 여행을 계획할 때는, 국가별 문화적 맥락과 식생활 기반을 충분히 이해한 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