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특히 걸프만 국가들은 종종 고기 중심의 식문화와 보수적인 종교 문화로 인해 비건에게는 다소 어렵고 불편한 지역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 중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전통을 강하게 유지하면서도 도시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국가들로, 외부인이 볼 때는 서로 유사한 문화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면 생활 방식이나 사회 분위기, 음식 접근성은 상당히 다르다.
많은 비건 여행자나 이주자들이 중동에서의 생활을 어려운 선택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외부 시각에서만 판단할 수 없는 로컬의 변화와 내부 흐름이 분명 존재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두바이, 아부다비, 리야드 같은 도시에서는 건강, 지속 가능성, 환경 윤리라는 키워드가 소비 시장과 식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에서 비건으로 살아보는 것은 단순한 음식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소통과 가치관의 균형을 시험받는 일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주하며 비건 식생활을 실천한 체험을 바탕으로, 각 나라에서의 현실적인 비건 생활 조건, 장단점, 생존 전략 등을 나누고자 한다.
UAE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 정보와 선택이 만들어주는 가능성
아랍에미리트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는 일은 다른 중동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특히 두바이와 아부다비 같은 대도시는 글로벌 인구 구성이 복잡하고, 소비자 취향도 매우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다국적 기업, 국제 학교, 외국계 커뮤니티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식문화 역시 국제적이다. 비건, 글루텐프리, 유기농 등 특정 식생활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식당이 이러한 수요에 맞춰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두바이 시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레스토랑 중에는 아예 비건 전용 식당도 존재하며, 일반 식당에서도 ‘Plant-based’ 혹은 ‘Vegan-friendly’로 분류된 메뉴를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l Quoz나 Jumeirah 지역에서는 오가닉 마켓, 비건 카페, 건강식 레스토랑이 집중되어 있고, 외국인 중심의 소비 문화 속에서 이러한 식당들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식료품 플랫폼인 Kibsons, Organic Foods and Café 등에서는 비건 식재료를 신속하게 배송 받을 수 있어, 요리하는 비건 거주자에게도 편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공공기관이나 직장 내에서의 비건 생활도 비교적 원활하다. 공식적인 회의나 외부 행사에서도 ‘Vegetarian meal’ 요청은 대부분 수용되며,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슬람권 특성상 일부 보수적인 인식은 존재하지만, 외국인이 많다는 점에서 관용적인 태도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비건이라는 개념 자체를 오해하거나 단순히 ‘고기만 안 먹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어, 유제품이나 계란의 사용 여부는 항상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건 생활의 품질은 결국 사용자의 사전 정보 수집력과 의사소통 능력에 달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 보수성과 변화의 공존
사우디아라비아는 종종 외부 시각에서 가장 보수적인 중동 국가로 인식되며, 비건과 같은 식문화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나라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수도 리야드를 중심으로 건강과 웰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일부 고급 식당이나 신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카페에서는 비건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생소했던 ‘Plant-based’ 메뉴가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정식 항목으로 포함되었고, 슈퍼마켓에서도 아몬드 우유, 콩 기반 고기 대체품, 글루텐프리 빵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도시 중심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지역 소도시나 전통적인 식당에서는 비건을 위한 환경이 아직 충분히 조성되어 있지 않다. 비건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낯설고, 종종 종교적 금기 사항과 혼동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식당에서는 “할랄이니까 괜찮다”며 고기 메뉴를 권하기도 하며, 채식과 비건의 차이에 대한 이해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러한 문화적 오해 속에서 비건 생활을 유지하려면, 음식 재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직접적인 요청이 필요하다.
사우디에서는 특히 남성과 여성의 공공공간 분리, 종교적인 보수성, 언어 장벽 등 복합적인 요소가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외국인이 많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는 외식 중 음식 선택 폭이 극도로 제한될 수 있으며, 일반적인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비건 옵션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야드, 제다, 담맘 등의 대도시에서는 국제화 흐름에 따라 비건 문화를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학교와 직장에서는 식단 선택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비건으로 생활하기 위한 발판은 분명 마련되고 있다.
중동 채식주의자 생활의 실질적인 전략과 문화적 소통 방식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모두에서 비건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보 접근성과 개인의 주도성이다. 비건 생활이 가능하냐의 문제는 결국 스스로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음식 선택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뢰할 수 있는 로컬 앱과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이다. HappyCow, Zomato, Talabat 등은 중동에서 비건 식당을 찾을 때 유용하며, 실제 사용자 리뷰를 통해 음식의 정확한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비건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은 커뮤니케이션이다. UAE에서는 영어가 널리 통용되기 때문에 대다수 레스토랑에서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지만, 사우디에서는 아랍어가 필수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계란, 유제품, 육류, 해산물 모두 먹지 않는다”는 문장을 아랍어로 미리 준비해두거나, 번역 앱에 저장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구체적인 설명 없이 ‘비건’이라는 단어만 사용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유연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비건 옵션을 구할 수는 없으며, 때로는 고기를 제외한 야채 요리를 먹되 조리 방식에 일부 유제품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스스로 기준을 설정하고, 무엇을 수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식단을 설계하는 태도가 장기적인 비건 생활을 가능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중동 내에서도 점차적으로 비건이라는 삶의 방식이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SNS를 통해 로컬 비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으며, 비건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이는 비건 개인의 선택이 단지 개인적인 식습관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의 흐름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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